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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정보/아방이와 벤도리

벤틀리 컨티넨탈 gt과 접촉사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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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의 본인 과실 100% 사고 이야기입니다. 

 

사고 경위

임신 7개월 때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가서 1박하려고 제가 운전을 했습니다. 부모님 명의로 된 차였습니다. 펜션은 산 위에 사람도 잘 다니지 않고 조용한 곳에 위치했습니다. 네비를 보면서 펜션을 찾다가 입구를 지나쳐갔습니다. 2~3m 정도 지나쳤기에 바로 후진을 했습니다. 정말 차 한 대도 다니기 힘든 산길이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후진을 했습니다. "빵" 소리와 함께 제 차에서는 "쿵" 소리가 났습니다. 

 

 

사고 직후

임신 7개월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난 후 혼자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경미한 사고다" , "애기한테 안 좋은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너무 긴장하지 말자" 하지만 먼저 뒤를 본 친구가 "야 어떡해 벤틀리 야~"라고 하면서 큰일 났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벤틀리가 무슨 차인지는 몰랐지만, 일단 외제차라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요즘 외제차 흔하지..라고 생각하면서 내렸습니다. 상대방 차주도 내렸고, 저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벤틀리 차주는 첫마디가 "어쩌려고 이 차를 밖았어요?"였습니다. 제차는 2001년식 아반떼 XD였습니다. 외관은 녹슬어서 문도 잘 안 열렸고, 운전 처음 했을 때부터 타던 차라서 여기저기 흠집이 많이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마 벤틀리 차주는 제 차와 본인 차를 번갈아 보면서 안쓰러워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안 했습니다. 비싸 봤자 얼마나 비싸겠어. 나도 우리 집에 벤츠 있어!라고 많이 놀라지 않도록 제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일단 제 과실 100% 사고이므로 제 보험사에 전화했고 직원은 사고지점까지 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참고로 같이 여행 간 4명 중에 저를 포함한 3명이 벤틀리를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3명은 그냥 멀뚱히 서있었고, 벤틀리를 아는 친구는 사진을 많이 찍더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그 친구를 더 이상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사고 수습 후 펜션 방에 들어갔는데, 남자 친구에 전화를 하더군요. "야~ 나 벤틀리 박았잖아~" 그 친구에게는 자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 친구뿐만 아니고, 다른 친구한테도 전화해서 벤틀리 사고 에피소드를 말하더군요. 그 친구는 손절했습니다.   

 

이상한 점

제가 왜 그랬을까요? 아니 그것보다 그 깊은 산에 2001년식 아반떼 XD 뒤로 바로 최신식 컨티넨탈 GT 벤틀리가 따라오는 경우가 살면서 얼마나 있을까요? 벤틀리가 그렇게 흔한 차인가요? 그 사고 이후로 지금까지 벤틀리를 손에 꼽을 정도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차를 뒤에 만나서 후진까지 해서 사고가 나다니 인생이 참 흥미롭습니다. 

 

보험회사 직원의 말

보험회사 직원분이 오시자마자 저를 따로 조용히 불렀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보험 들어 놓은 신 겁니다."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으니 더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벤틀리가 뭐길래, 얼마길래 이러는지 싶었습니다. 보험 처리하면 된다며, 이거 수리비 직접 내는 거 아니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대물이 어디까지 되어있는지 확인은 해 보셔야 될 거 같다고 해서 정말 내 돈 내야 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벤틀리 차주는?

 

 

벤틀리 컨티넨탈 gt의 차주는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의 여자분이셨습니다. 차에서 내리는데 귀티가 흘렀습니다. 티파니 목걸이를 하고 한쪽에는 오메가 시계를 다른 팔에는 불가리 뱀 모양 팔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벤틀리를 알아본 친구가 다 알려주었습니다. 보험회사를 기다리면서 차주분은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하셨는데 바지에 주름이 생기지 않더군요. 저와 몇 살 차이도 안 나보이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몇천만 원은 걸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사고 수습 후

벤틀리 차주와 헤어지고 펜션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터 검색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교통사고 본인 과실 100%여도 수리비 안내도 되는지, 아까 봤던 차는 무슨 차인 지, 얼마인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더 떨렸습니다. 차는 4억대였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바비큐 파티를 준비할 때 저는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불안감은 더해졌습니다. 주차장에 가만히 서있는 벤틀리를 어떤 suv가 박았는데 대물배상이 5천만 원 밖에 안 들어져 있어서 1.5억은 본인이 내야 된다는 내용부터, 아까 사고 난 벤틀리 컨티넨탈 gt 가격이 내가 사는 아파트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 이상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만난 그 차주는 어떤 여자일까? 몸에 몇천만 원을 두르고, 내가 사는 집 아파트보다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사는가? 내가 살면서 저런 부자를 만나서 말을 할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수리비용

벤틀리 차사고에 대해서 검색을 많이 했었는데, 벤틀리는 국내에서 차를 정비하지 않는다고 하는 기사를 봤습니다. 벤틀리 회사에서 국내에서 본인들의 차를 정비하는 수준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랍니다. 차를 영국으로 직접 보내고 고치나 나서 다시 차를 보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진짜 그때 얼마나 손 떨리 던 지, 그렇게 되면 차 수리비용보다 렌트비가 엄청나게 나올 것이기 때문에 너무 속상했습니다. 

사고가 있은지 3개월이 넘게 보함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영국으로 보냈나 보다.. 정말 집 팔아야 하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용이 420만 원 정도 들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정확하게는 수리비용은 130만 원 정도였습니다. 수리는 번호판 교체, 앞 범퍼 단순 정비, 코팅을 전체적으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300만 원 정도가 렌트비라고 했습니다. 420만 원 정도의 비용이라서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420만 원 엄청 비싼 돈인데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험료 인상

원래 백만 원정도 보험료를 내고 있었는데. 다음 해에 150만 원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인상되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 정도여서 정말 다행입니다.  

 

 

마무리 글

언젠가 제가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벤틀리를 탈 수 있을까요? 그렇게 돈 많은 사람과 말을 섞을 일이 있을까요? 그 차주는 출고한 지 한 달도 안되었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잘 살고 있을까요?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엄마였었는데 그 아이들은 제 아이와는 마주칠 일도 없겠죠? 그러니 제가 벤틀리 안타도 저희 아이들은 기죽거나 그런 일은 없겠죠? 참 차주한테 미안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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